Sewing

내가 '전통자수'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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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갖고 있는 '전통자수'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여러가지더군요.

 

덜렁거리는 성격을 좀 '차분히' 가라앉히려 오신 분들..

폐경기를 위한 '대책'으로 삼으신 분들...

새로운 '직업'으로 선택하신 분들..

'한 바느질 하는' 재량을 더 키우시려는 분들...

'시험이나 결혼을 앞둔 자식을 위해서' 정성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시려는 분들...

순수하게 '전통 자수'의 아름다움에 끌려서 시작하시려는 분들..

 

모두다 의미있는 동기로 찾으셔서 그런지

배움의 터에는 늘 진지함이 가득 합니다.

 

자수를 시작하게 된 동기

몇년 전으로 되돌아가 일본에 가 있던 시기.

 

섬세하고 독특한 일본의 문화는

어느 샌가 무척 아름답고도 특이한 디자인이라 생각되었고

전 찬사를 아끼지 않았죠.

그런 저에게 일본인 스승이 다가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전통 의상은 뭐니?"라고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복이라고 있는데... 기모노처럼 예쁘진 않아요.' 라고 대답을 했답니다..

 

순간, 이 기분은 뭘까...

부러움인가....부끄러움인가....

 

하지만 그것은 '무지함' 이였습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지한...

일본 문화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어리석은 '한국인'에 불과 했습니다.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

그 때부터 한국 전통문화를 파헤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분명,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오기 아닌, 오기로 일본을 이기고 싶어 안달 난

고집스런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찾아내었지요.

 

그리 멀지도 않고,

그리 어렵지도 않고,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화를

바로 곁에 두고 있었던 겁니다.

 

 

여인들의 규방 공예

말 그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여염집 아낙네들이 바느질을 하여

만들어오던 작은 물건들.

 

바늘꽂이. 안경집. 복주머니. 열쇠꾸러미. 활옷. 쪽두리 .꽃신. 보자기. 병풍. 노리개.... 등 등..

몇개 안되는 것 같아도, 결코 그 끝을 맺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활 규방 공예품들이 즐비했습니다.

 

손가락 한마디만한 골무 하나에도

야무진 정성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물건들.

 

옛 시절에는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식의 옷을 만들어 입히고,

이불을 꼬매어 편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 점점 우리의 어머니들이

일터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바느질할 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지요.


몇 십년 전만해도 어느 집에서나 나뒹굴던 비단골무가

이제 전통서적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전통유산이라 불리웁니다.

 

 

우리의 '美'

혹시, 아세요?

우리 나라 전통 규방 문화에 관련된 책자를

한국에서 찾아보는 것보다,

일본에서 찾아보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걸.

 

일본의 주부들은 우리 전통 규방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책을 찾는 수요보다

일본에서 책을 찾는 수요가 훨씬 많은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美'를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기모노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자신의 모습을 보듯,

이제는 그들이 우리의 '美'에 빠져 있지만..

정작 그들도 인정한 우리의 '美'를 우리만이 모르고 있습니다.

 

같은 전통자수수업을 듣는 선배분 중에

일본인이 계셨습니다.

처음엔... 웬지 모를 자긍심도 느껴지고..

우리문화를 인정해주는 그 분에게 호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어눌한 한국말로 저에게 한 수를 가르쳐주는 모습에

전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죠.

 

이렇게 백년만 흘러 간다면...

 

그러잖아도 우리의 전통자수를 배우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우리문화를 찾아다니면서 배우는 일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이렇게 100년만 지난다면...

 

한국에선 한국전통자수는 사라지고

일본에선 일본전통자수로 흡수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전통자수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분들일꺼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길이

명장들이나  인간 무형문화재가 되어서 정확한 전승을 목표로 하는 길에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옛적 여염집 아낙네들이 그들이 만든 작은 복주머니 하나가

먼 훗날, 전통유산이라는 걸걸한 이름하에

보석처럼 여겨지게 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들이 생각했던 건...

단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뿐이였을 겁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흉배'를 수놓듯..

수능을 앞둔 엄마는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흉배'를 수놓습니다.

 

그저 자식들을 위한 그 마음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죠.

그저 우리는 그 마음을..

이 작은 규방소품들에 담아 후손에게 전함으로서

후손들에게 이것이  조상의 마음이고..

더 나아가 이것이 우리의 문화라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겁니다.


 

우리 것은 후진 것? 외국의 것은 세련된 것?

우리들은 구찌나 루이비통 등의 외국의 명품에 대해선

달인이 되어가고 있지만,

우리의 오래된 명품들에 대해선 정작 아는 게 없습니다.

우리 장인의 손에서 한땀 한땀 뀌어져 만들어진 복주머니 하나가

외국 장인의 손에서 한땀 한땀 뀌어져 만들어진 가방 하나보다

가치가 없는 걸까요?

 

저는 우리 문화를 조금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평창동 부잣집 마나님들은

결혼식을 하거나, 집안에 큰 잔치를 할 때..

수천만원씩을 들여

전통 자수를 놓은 한복을 맞추고,

전통 자수를 놓은 소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왜 부자들은 이 고루한 문화를 버리지 않고

그 비싼 돈을 쓰며 그 격식과 형식을 지키는 것일까요?

혹...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가늘게 나마 명맥을 지키며 이어올 수 있었던

우리'전통규방 공예' 문화는

부자들의 쌈짓돈 덕분에

지켜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명품의 가치

직접 전통자수를 해 본 사람이라면,

작은 소품하나에 들이는 정성이 어떤 것이며..

그 가치가 '얼마'라고 환산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명품'이라는 이름은

꼭 비싸고 튼튼하기 때문에 주워지는 명예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만든, 단 하나의 물건.

그 물건안에 담겨진 한 사람만을 위한 바램...

오랜 시간이 흘러도 ...

어떤 기술로도 똑같이 구현할 수 없는 마음...

그것이 '명품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이 일반 가정에서

'전통 자수'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인이 그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자수를 하는 분'이라면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차례 차례 + 한땀 한땀의 정신

자수를 시작하기전엔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고,

돈도 많이 들것 같고,

무엇보다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였죠.

하지만 저는 전통자수를 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차례..차례........한땀...한땀..

 

정확한 자리를 찔러 바늘을 넣고,

정확한 자리로 바늘을 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작은 모란 꽃 한송이 놓는 것에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 백번은 바느질이 오르 내려야 하죠.

대충하면 대충 그렇게 생긴 모란 꽃이 피어나고,

정성스레 놓으면 그 만큼의 아름다움을 지닌 모란 꽃이 피어납니다.

 

 

한땀 한땀의 과정은 결코 재밌는 게 아니지만,

한땀 한땀 수 놓으면서 완성되어져 가는 그림을 보면...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이런게 아닌가..

....란 생각이 듭니다.

한땀 한땀 수놓는 과정이

재미없고 힘들어도

어느 한 땀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

 

 

지금의 실수를 덮어두고 ,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려 미룬다면..

꼭 지금 이 시점까지 일을 되돌려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그리고 꾸준히 한땀 한땀 해나가다보면..

완성하는 순간의 감동은 정말 큼직합니다.

 

 

말로만 어른들이 가르치려 했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라는 잔소리를..

전통자수를 통해서 이렇게 명확히 배웁니다.

 

 

이런 기분좋은 배움을

몸소 배울 수 있도록 후손에게 보여주고 또 선물해주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전통자수'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있다면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역시 몸으로 경험해보는 것 만큼

이해가 빠른 공부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수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의 모든 일들이 이런 과정을 거칠 겁니다.

 

 

지친 업무, 느슨해진 열정,효율없던 능률...

집에 돌아와 짧은 시간을 들여 수놓는 동안...

다시 마음을 초심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이 마법 같은 힘에 감탄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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