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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피다

오늘만이 가지는 의미를 기록하다.

아빠 앵두

by 소호랑 posted Jun 09, 2014


20140608_아빠앵두.jpg


어렸을 적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앵두를 처음 얻어 먹게 되었다.

쬐만한 열매의 그 상콤함의 매력은

친구고..염치고 나발이고...

 다 팽개치고

앵두나무에 들러 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야! 그만 먹어!! 내꺼란 말야!"

잔뜩 상기된 얼굴의 친구가 씩씩거리며

나의 식욕을 저지했다.

뒷끝 작렬인 나는...안삐진 척 했지만....

순간.....

친구에게 상처받아 삐지고...

이렇게 맛있는 앵두 나무를 갖은 친구가 부럽고...

앵두 나무가 없는 내 신세가 불쌍하고..속상했다.


어느 새 해는 저물고..저녁 때가 다 되어

무거운 발걸음을 털레털레 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빠를 붙잡고

"아빠! 우리두 앵두 나무 심으면 안돼?

나도 앵두 나무 갖고 싶어!!! 라며

아빠를 마구 졸라댔다.


우리 아빠는 말로 하는 약속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편이였다.

다음 장날이 되자마자..

집으로 여러가지 작은 묘목들이 산만큼 많이 실려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가난했던 우리집 사정을 감안할 때..

아빤 엄청 무리를 해서 이 일을 추진하신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나무들 중 앵두나무가 단연 가장 빠른 성장을 했고...

나무가 커지자 아빠는 또 다른 마술을 부리셨다.

앵두나무 큰 가지를 잘라 그냥 땅에 꽂아두었는데..

그 나뭇가지도 앵두가 열리는 나무가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10개가 넘는 앵두나무를 갖게 되었다.

더욱 더 기뻤던 것은..

앵두가 기존 앵두들보다 훨씬 크고 맛있었던 것이다.

양껏 먹어도 가지가지 주렁주렁 매달린 앵두는 줄지 않았고

난 친구들을 불러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윤허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내 행복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년이 지나자....우리집 뒷산 위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앵두나무에만 신경이 곤두서서

아빠가 산만큼 많이 사왔던 다른 나무들의 정체에 대해선

그새 홀딱 잊어버렸던 것이다.)

내 키만한 밤나무들이 산을 덮으며 자라났고..

이 해 가을에 처음으로 토실토실한 알밤을 따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매년 수확할 때가 되면 많은 친구들이 몰려와 밤을 털고...먹고 가져갔어도...

많은 밤이 수확되어 생계에 보탬이 되었다.


거의 쓸모없다고 아무도 사지 않던 산자락을 아빠가 사서

개간을 하고...수많은 묘목을 심어...우리에게 보물산을 만들어 주셨던 것.

(몇년 전에 이 보물산을 빼앗겼다.

이 산을 살 당시 모자랐던 금액 일부를 이모부께서 빌려주셔서...

아빠는 명의를 이모부 이름으로 해주셨던 모양이다.

물론, 이모부가 생전에 계실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모부가 돌아가시자 이모가  우리와 상의도 없이 땅을 팔았다.

이런 사정 얘기를 산이 팔린 후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상의만 했었어도 우리가 빚을 내서도 샀을텐데...말이다.

그래서 이젠 이 뒷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오늘...시골 다녀온 막내오빠 편으로

엄마가 따보내신  아빠의 앵두를 맛본다.

흠..................................................

분명 기똥차게  맛있었던 앵두인데....

보기는 똑같은 앵두인데... 이젠 아빠의 유일한 유산인데...

왜, 예전 맛이 안날까...

조금..쓸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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