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
메마른 화분에 물을 한 대야씩 주고..
오랫만에 나무들과 대면했다.
요즘...그닥 신경을 못 써줘서인지..화분에 자란 풀들이 수북했다.
"니들은 이 높은 곳까지 어찌와서 뿌리를 내렸노?"
우리집이 27층이나 되다 보니..
이 곳에서도 봄을 싹튀우는 녀석들이 너무나 장해 보인다.
ㅡ..ㅡ 너무 다 뽑아버리면 나무들도 심심할 듯해서..
몇몇 녀석들을 쑥쑥 뽑아 버렸다.
고무 나뭇잎은 넙적해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에효...나무를 붙잡고 적당히 흔들어댔지만...
ㅡ..ㅡ 먼지가 잘 안떨어진다.
나무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화분아래 떨어져 있는 오랜 낙엽이 눈에 거슬려서
낙엽을 버리려고 슬쩍 들어올린 순간...
반들거리고 길죽한 것이 스윽~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순간....놀래서...걸죽한 비명을 질러댔다.
'윽!! 지...징그런 지렁이다!!'
첨엔...내가 싫어하는 생물이라...소름이 돋았지만..
잠시...생각을 해보니...
유독 그 화분에 풀들이 가득한 이유를 알듯 했다.
하하하... 지렁이가 사는 화분이라니...
이 얼마나 건강한 땅이란 증거던가....
녀석이 여기서 얼마나 버틴건지...
작년에 갈아준 화분이였는데....추운 겨울...베란다에서 지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살아 있는건지...정말 신기하지만....
마음 한켠으론 고마웠다....
어쩐지...싹이 나서 못먹을 감자를 화분위에 그냥 올려놨는데...
꽃을 피울 기세로 자라는 거다.
심하게 건강한 땅인가보다...
그 옆에 있는 가장 큰...해피트리 화분을 보았다.
ㅡ..ㅡ 겁나 사막......빠삭빠삭 쪼개질 것 같은 건조함..
"얘는 똑같이 물을 주는데도 왜 이렇게 건조하지?"
생각해보니....해피트리는 너무 키가 커서...자기의 화분에 그늘을 만들지 못한다.
다른 나무들은 키도 작고....
얇은 가지들이 많이 올라와서 자체적으로 그늘을 만들고 있어서
수분유지가 잘되는 것 같아 보였다.
ㅡ..ㅡ 난 사악한 인간이다.
고무나뭇잎의 건강한 잎사귀를 가위로 싹뚝싹뚝 잘라서...
해피트리의 화분에 넣어 그늘을 만들었다.
고무나무는 흰 피를 뚝뚝 떨구며...
나를 향해 원망의 향기를 뿜어 댄다.
새삼...나무에게 목소리가 없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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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힐링 (치유의 힘) 고양이를 보고있을 때, 화장품을 지를 때, 민트색 물건을 볼 때, 김치김밥을 싸먹을 때, 원피스를 지를 때, 자수를 완성할 때, 한우를 구워먹을 때, 그리는 캐릭... | 소호랑 | 2013.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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