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yesterday 279
visitor 318,935

짧은 노력, 급한 기대. 그리고 한땀 한땀의 정신.

by 소호랑 posted Jun 05, 2012

당구리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의 옷차림은 좀 과감하게 미니 반바지.
3일전부터 시작한 1시간 걷기 운동이 웬지나를 더욱 명랑하게 만든다.
잠도 잘오고, 몸에 전혀없던 근육이가 조금씩 생기려는 것 같이
다리 근육이 묵근하다.
엘레베이터 문에 비춰진 자신을 보며 한마디 던진다.
"당구! 나 살좀 빠진 것 같지 않아??"
"2일 고거 걷고서 지금 그런 소리하는 거냐?"
"그래도 조금은 탄탄해진것같지 않어?"
"아니거든 뚱땡아!"

아....띵받아.
웬지 이 순간부터이다...
"너 왤케 기분나쁘게 말해?"
"니가 더 기분 나쁘게 말한 거거덩?"
"내가 그렇게 많이 살이 빠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냥 내 기분이 그러니깐 동조좀 해주면 안되는거냐?"
"왜 동조를 해? 사실이 아닌 착각을 하고 있는데?"
"동조해주면 내가 운동하는 것에 보탬이 되니깐 그렇지!!"
"웃기지마, 보탬 될거 하나도 없거든? "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잖아.

 아!! 웬지..걷는 것이 큰 역활을 할 것 같다는 기분으로 붕붕뜨면서

열심히 운동할 수 있다는 데 그렇게 말을 아껴야하나?"
"넌 니가 니 기대만큼 노력을 하고 산다고 생각하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응원해달라는 거야!"
"뭘 잘하고 있어야 응원을 하지!! 내가 말을 하는게 구찮아서
말 안한 건데...너한테 항상 지적질 하고 싶었는데, 꾹꾹 참았던거야"
"뭘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너 니가 해놓은 노력에 비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살아."
"내가 언제? 난 내가 하는 노력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거 확실히 알고 살거덩?"
"그런 사람이 왜 노력도 별로 하지 않은 걸 가지고, 기대를 하는 거냐??"
"에이... 그게 그런 얘기 아니잖아? 난 단지 그냥
내가 운동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는 거지,
진짜로 내가 살을 엄청 뺐지 않냐고 동의해달란 게 아니라구!"
"내말은 그렇게 살을 빼고 싶으면, 진짜 운동을 많이 하라는 거야!"
"ㅡ..ㅡ 누가 안한대???? "
"언제 할꺼냐고!"
"..."
"너 이렇게 말로만 한다고 하고 하지도 않은 일이 얼마나 많냐?"
"..."
"운전면허는 내가 말하면 입이 아파서 말안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따긴 따는 거냐?"
"딸꺼거덩?"
"그 딸 노력은 언제 할꺼냐고!"
"피~(입을 삐쭉대며).."
"성우학원도 그래, 일렉기타는 워찌할꺼야? 가야금도 배우고 싶다며?"
"다 하고 싶어.

하지만 나도 내가 한꺼번에 다 질러놓고 다 하지 못할 꺼라는 걸 알기에

 아직 시작을 안할뿐인거라구"
"너 그제 일렉기타 책사놓고, 나 피아노치는 동안에도 한번을 안들여다보더라. 뭐하러 샀냐?"
"그건, 내가 지금 벌여놓은 일 마무리 해놓고 시작하려고 한것뿐여"
"그게 뭔데?"
"옷....수선;;(전혀 우선순위 낮은 일)"
". . . (진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언넝 수선해야 입고 댕기지.요즘에 입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옷인데;;"

" 니가 최근에 그래도 가장 열심히 했다고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자수'뿐이다."
"음...(그건 역시 그렇다고 급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림)
"너....한땀 한땀...정신 알것 같다면서."
"응...이..또 자수라는게(잘난척) 정확한 자리를 계산해서 바늘을 넣고, 또 정확한 자리로 바늘을 빼는 게 또 쉬운게 아니거랑..게다가 또 큰 그림을 항상 보면서 수를 놔야하는 일이지. "
"그래, 한 땀 한땀 놓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재밌고 즐거운 일은 아닐꺼야. 하지만 완성된 순간 그 보람이 한꺼번에 느껴지지 않던?"
"응, 글치. 한땀 한땀 놔보다보면 언젠가는 완성되는 거라는..진리가 있지."
"그래, 그게 나한테는 사포질이거든? 처음에는 거친 나무라도 한번 두번 계속 사포질하다보면 언젠가는 매끈하게
다듬어지게 되지."
"오오..그렇구나, 한땀 한땀, 사포질"
"너에겐 한땀 한땀 정신,내겐 사포질 정신.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이런게 아닌가 싶어.
한땀 한땀의 과정. 사포질의 과정은 결코 재밌는게 아닐꺼야. 힘들고 단순한 작업의 반복.
하지만 수가 완성되기 전이나, 나무를 20번쯤 사포질한 쯤에 제대로된 만족이나 보람을 느낄 수는 없잖아?
그 보람이란건 원래 한꺼번에 오는 거니까"
"앗!!! 그렇구나! 한꺼번에!!"
"이게 비단 이 일들에 국한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모든 직업의 모든 일들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
"음...글치글치."
"그래, 그러니까 니가 지금 몇일 운동했다고, 그 보람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부질없어보여서 하는 말이야.
지금 잠깐 그 옷차림이 어울릴것같은 애매한 기대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보람을 한꺼번에 얻게 될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묵묵히 한땀한땀 정신을 발휘해서
열심히 운동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

내가 보기에 너는 니가 해놓은 짦은 노력에 비해 너무 급한 기대를 갖고 있어."

"아...그렇구나."
"글치글치. 이제 이야기를 알아 듣는구먼."
"근데근데... 예전에 한장한장 그림을 그렸을때도, 한땀 한땀 자수를 놓을 때도 힘들거나 고된작업이라고 생각해본적
없는 것 같은데? 되려 즐겼다고 해야하나 난 계속 즐기면서 한것같은데..."
"후훗, 난 그것에 대해서도 해줄 답변이 있지."
"뭔데 뭔데?"
"그건 이미 니가 그작업을 끝냈을때 얻게 되는 보람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지."
"오!!!"
"넌 이미 알고 있는거야. 이 그림을 완성하면 자신이 얻게 되는 보람이란것을. 이 자수를 완성하게 되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말야."
"오오오오!!!!!!! 진짜 그렇네?????"
"후후훗."
"음...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거군."
"그래"
"아주 훌륭한 이야길세. 내가 너무 짧은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그런 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몰라봤구먼. 죄송혀"
"음...역시 너는 대인배야!

그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또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는 놈들 거의 없는데. 역쉬~!!대인배."
"아~!!! (마치 축복을 받은기분인냥) 진짜, 감사하다.
내게 너가 있어서.

ㅡ..ㅡ 너를 만나지 못하는 그림쟁이들은 정말 불행한거야.
네가 있어서 나는 이렇게 나를 바로 바라볼 수 있는것이 너무 행복하다.

역시 너는 최고야!"
"우훗~ 뭐 그 정도 가지고~"
케케케케케(서로 같이 웃음)
"운전면허도 좀 따."
"케;; 으..응"

"히야~ 요즘엔 이렇게 문제나오는구나~ 짱! 요즘엔 PC로 시험을 다 본대~~~" (겁나 신기해함)
''그냥 집에있는 책으로 공부해도 되거덩 .에혀, 잔소리하기 구찮다. 걍 책사고 따기나해라;;'

이 날 나는 새로나온 운전면허 책을 사들고 왔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ITE LOGIN :)